에이전시에서 캣툴을 도입했는데...

같은 일을 부업으로 하는 친구에게 수차 들은 얘기가 있다. 

직접 계약할 때와 비교해서 에이전시에서 거의 반을 떼어가는데, 검수를 한다면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그 친구가 했던 말은 진짜 내용 파악하기 어렵거나, 이걸 영어로 도체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을 때 확신이 안 드는데 그걸 원어민의 손을 거친 걸로 보이는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럴 때 내가 했던 말은, 사소한 오탈자나 잡아주면 좋겠다는 거다.

내가 오탈자나 형식에 틀리게 쓸 때 몇 가지 경우가 있는데, 대충 다음과 같다.

1. 캣툴을 쓰지 않으면, 특히나 짧게 한 건씩 처리하는 일을 하다 보면 직접 타이핑하는 게 더 빠를 때가 있는데, 반복해서 쓰다 보면 오탈자가 많이 생길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럴 때 철자검사기가 자동으로 꺼져있어서 못 잡는 경우가 많다. 나는 ms 워드 기본 켜놓고 Grammarly도 쓴 지 몇 년이 넘었지만 이 둘 다 자동으로 꺼지는 문제가 있다. 

2. 원문 작성자가 써둔 용어를 그대로 쓰려다가 원문에서 영어로 써둔 제목을 복사해서 붙일 때가 꽤 많은데, (이건 입퇴원을 한 후 몇 년 전에부터 생긴 버릇) 이 사람들이 참 영어에 오탈자가 많아서 structure, information 이런 게 오탈자가 난다. 그럼 맞춤법 검사기가 꺼져있고 이미 몇 시간째 정신이 혼미한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제목에서 정관사를 빼어야 하는데 같이 붙어가는 경우도 이 경우이다.

그래서 이런 오류가 잡히면 좀 억울한 것이다. 

왜? 검수가 회사내부자와 원어민이 다 있다고 들었는데, 왜 단순 오탈자를 못 잡는단 말인가. 

몇 년 전에 작정하고 나, 납품건, 최종검수건까지 3버전을 모두 복사해서 워드에 붙이고 다 비교검사한 회차가 몇 번 있었다. 나-> 납품건으로 가면서, 즉 에이전시에서 검수 후에 생긴 원래 없던 오탈자가  회당 평균 10건 내외였다. 난 일을 결코 많이 하지 않는다... 내 전체 건수를 생각하면 이게 적지 않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지만, 사람이 하니까 그 정도는 잡아줘야 하지 않나? 계속 보던 거 보는 게 아니라면, 난 남의 것 검수하는 경우라면 내 눈도 쌩쌩하고 파일별로 새로 실행하는 철자검사기도 잘만 돌아가던데. 

이 외에 얼토당토 않은 전문용어 아는 척하면서 나보고 틀렸다고 에이전시 검수가 날아온 적이 있었는데... 내가 아주 얼척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희한한 용어로 고쳐둔 것도 있었고 참 황당했는데..(그 자신없는 매뉴얼 읊는 것 같은 자기가 고친 이유 설명도 좀 이게 뭐지, 싶었던..) 제일 황당했던 이유는, 치명적이었던 세 건 모두 원문 명세서를 보면 영문 용어가 다 있었다는 것이다. 검수가 그래도 되냐. 너무 남의 돈을 쉽게 먹으려 하는 거 아닙니까.. 거기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 남의 것을 고치는 검수자의 명패까지 달려고 하시다니.. 이 경우는 오탈자 추가 생성보다 더 문제입니다요. 어쨌든 이 건은 나중에 따로 정리해둔 거 한번 적어보기로 하고...

그래서 에이전시에서 캣툴 도입하는 거, 뭐 그냥 갖다붙이는 삽질 한 번 더 해줄 수 있다 이거야. 그 와중에 이거 해라, 꼭 이거 써라 한 것까지도 오케이. 난 내가 쓰던 것들과 겹치니까 그냥 하던 거 그냥 쓰는 것이고, 워드 검사추적파일 따로 내라는 것 같이 황당한 요구는 몇 번을 하든 거절할 거니까, 뭐 다 상관없다고.

근데 진짜 질문은 계속 맴돈다. 

이제 캣툴로 오탈자 검수, QA 다 번역자가 하는데 거기 내부 검수자들은 하는 게 뭐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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