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 번역오류는 책의 초반부터 있었다
이글 (https://wordylovely.blogspot.com/2024/01/blog-post_28.html)에서 썼듯이 눈에 두드러지는 '뭥미?'스러운 단어 때문에 원서를 처음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번역서를 보면서 '잘 안 읽히는 한글 문장 구사 때문이겠지'하고 넘어갔던 초반부터 번역오류가 있었다.
번역서의 본문 시작이 19쪽인데, 무려 21쪽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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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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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may be hard to credit the desperate resolve produced by the aftershock of the First World War, when the realization of the ruin Europe had brought on itself took hold.
1차 세계대전의 여진이 만들어낸 절박한 결의를 믿기 어려울 수도 있다. 유럽이 스스로 초래한 파멸(에 대한 깨달음)이라는 깨달음이 확고해졌을 때는 말이다.
realization을 깨달음이라고 해야 할지 현실화라고 해야 할지 좀 고민이 되더라.
이 문장은 무척 단순한데, 왜 그림에서 저 노란색으로 표시해둔 부분처럼 장황하게 번역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인류 스스로 확립해 놓은 결의를"이라는 부분은 어디서 튀어나왔을까? 고민을 해봤지만 다른 사람의 논리를 이해하기는 어렵기만 하다. itself를 어딘가 끼워넣으려고 고민하다가 의미 확장한 것일까?
한국어의 '폐허'라는 단어는 황폐화된 터, 즉 물리적인 모습을 말한다. 그러니 원문에서 ruins라고 나왔을 때 그렇게 해석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뭐, 이거야 앞뒤 어울림을 생각해서 한국어 단어 선택하는 문제에 가까운데, 일단 영어 단어로는 ruin은 상태나 액션이고 ruins가 폐허된 것들, 폐허된 물리적인 것들이다.
Condemning war as such did not seem so futile or irrelevant in the wake of the paper fantasies of the Kellogg-Briand Pact of 1928, in which fifteen leading nations, including the United States, France, Great Britain, Germany, Italy, and Japan, solemnly renounced war as an instrument of national policy; even Freud and Einstein were drawn into the debate with a public exchange of letters in 1932 titled "Why War?".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을 포함한 15개 주요 국가가 국가 정책의 도구로서 전쟁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엄숙히 선언했던 1928년 켈로그-브리앙 조약과 같은 종이 위의 환상의 결과로 보면, 전쟁을 그런 식으로 비난하는 것은 쓸데없거나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프로이트와 아인슈타인조차 1932년 "왜 전쟁인가?"라는 제목의 공개 서한을 교환하며 논쟁에 불려나왔다.
완전히 반대로 오역한 부분이다.
'종이 위의 환상'이라고 할 정도면 이미 저자의 켈로그-브리앙 조약에 대한 가치판단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걸 눈치라도 챘다면, in the wake of를 '~를 쫓아서'라고 성급히 오역하지는 않았을 텐데. 아무리 봐도 처음부터 선입견이 있는 상태로 글을 끼워맞추고 있어서 사전적인 의미조차 다시 확인하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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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안이 와도...저렇게 큰 글씨를 쓰고 싶었던 게 아닌데. 들여쓰기 하니까 지멋대로 글자가 커졌다. 모바일에서 몇 글자나 보일까나. 아놔...CSS 수정해야 할 것 같다. 귀찮...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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