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을 원문 비교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했던 첫 오류 둘
1. 번역서에 뜬금없는 발에 족쇄를 찬이라는 표현이 있다.
프랑코 장군은 1920년대 당시 모로코에서 사령관으로 재직하며 완벽하게 숙달한 폭격, 대량 학살, 고문, 암살, 그리고 죄수를 불구로 만드는 것처럼 야만적이기 매한가지인 전술을 사용했다. 모로코 다음으로는 스페인 식민지의 주민들, 발에 족쇄를 찬 검은 피부의 주민들과 이교도들이 그의 희생자가 됐다. 당시 스페인의 지배자들은 이 일을 훨씬 흡족해 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동포들이 희생자가 되어버렸다.
General Franco was using the same tactics of bombardment, massacre, torture, and the killing and mutilation of prisoners that he had perfected as a commanding officer in Morocco in the 1920s. Then, more acceptably to ruling powers, his victims had been Spain's colonial subjects, darker-hued and infidels to boot; now his victims were compatriots."
Then을 모로코 다음으로라고 했는데 사실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내가 읽기에는 굳이 다른 경우를 더 말한 게 아니라 모로코 시절을 얘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프랑코의 그 다음 경력을 몰라서 저렇게 시간 순으로 말한 것이 틀린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to boot는 족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표현으로, '또한, 게다가'의 뜻이다. 솔직히 내 생각에는 문장을 분리해서 설명한다면 저걸 딱히 안 해석하는 게 더 나을 거 같은데... 내용은 스페인 내전 사진에 대한 언급 이후에 나오는데, 대략 이런 내용이다. (+앞에 barbaric이 나왔기 때문에 the same tatics를 야만적이기 매한가지인 전술로 번역하고 있다.)
프랑코 장군은 1920년대 모로코에서 지휘관으로서 완벽하게 숙달했던 폭격, 대학살, 고문, 그리고 포로들을 살해하기와 불구로 만들기 같은 야만적이기 매한가지인 전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때는 지배 세력들에게 만족스럽게도, 그의 희생자가 스페인의 식민 지배하에 있는 주민들이고 더우기 피부색이 더 어두운 이교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의 희생자가 동포들이었다.
2. 아주 사소하게 round를 착각한 해석이 있다.
가자지구 주변에서 탱크에 의해 갈가리 찢겨나간 어느 어린아이의 사진을 팔레스타인이 본다면, 우선 그 사람은 이사진이 이스라엘군이 살해한 어느 팔레스타인 어린아이의 사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군인들에게는 신분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To a Palestinian, a photograph of a child torn apart by a tank round in Gaza is first of all a photograph of a Palestinian child killed by Israeli ordnance. To the militant, identity is everything.
round가 'round라고 씌었다면 모를까, a tank round in Gaza를 가자지구 주변에서 라고 한 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round는 a tank round로 봐서 원래 그것의 뜻 그대로 한 회, 한 순배, 한 바탕 쏘기(shot)으로 봐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Gaza앞에 전치사 in도 있지 않은가.
뒤쪽의 militant를 단순히 군인으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있는 거 같다. militant의 원뜻은 '투쟁적인, 투사의'이다. 그러니까 싸우길 원하는, 최소한 싸움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사람들이다. 이 부분보다 앞서 To those who are sure that right is on one side, oppression and injustice on the other, and that the fighting must go on, what matters is precisely who is killed and by whom. (한쪽에는 정의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억압과 불의가 있으며 싸움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누구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문장이 있다. 그러니 the militant는 단순히 직업인 군인이라고 하기 보다는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적절한 거 같다. 단순히 싸우는 자들이나 투쟁가들이라고 하면 뜻이 전달되지 않으려나..함의는 알겠으나 앞서 다른 단어로 나온 것을 지칭할 때는 한글 단어 고르기가 참 어렵다.
팔레스타인인에게는, 가자 지구에서 탱크 포탄에 찢긴 아이의 사진은 무엇보다도 이스라엘의 무기에 살해 당한 팔레스타인 아이의 사진으로 보인다. 투쟁가들에게는 (죽은 사람들의) 정체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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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하게 내 머리가 돌이 된 이후로 (허옇게 일부 죽어버린 뇌사진이 있어도, 이렇게 거칠게 비유해서 말하면 또 분노할 사람들은 분명 있다) 꽤 오랫동안 글이 읽히지 않고, 읽은 바로 앞 장의 내용도 까먹는 증상은 계속되었다. 쉬운 글에 속하는 웹소설을 주로 읽게 된 게 그 때문이다. 잊어버려도 구독하는 데서 또 찾을 수 있고, 오롯이 혼자만 보고 마는 글이라서.
그러다가 억지로라도 다른 글도 읽어 보자고 책을 하나 둘 사기 시작했는데, 제대로 완독에 성공한 게 아직 없다.
이 책을 왜 들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름 있는 저자가 쓴 글을 종이책으로 사는 이유는 보통 내 어휘가 더 저렴해지기 전에 그 글투라도 흉내내어 보자는 마음이 있어서인데, 이 저자를 왜 골랐는지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읽기 시작하고 10여 쪽만에...X라 잘못 골랐구나 했다.
정말...글이 읽히지를 않아! 저자가 그냥 나열하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들도 채 다 모르는 내 무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상에 전개가 이렇게 안 긴밀할 수도 있나. 우리나라 번역서는 앞뒤 연결을 자연스럽게 읽히게 하는 '접속부사'를 부러 넣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그런 느낌도 없네.
다른 때는 번역서 한번 보고 머리에 전체 내용이 담기면 원서를 영어 공부 삼아 읽는데, 이번에는 정말 원래 이러나 싶어서 원서를 그냥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 과한 수사에 지치는 느낌이거나 조금이라도 배경지식이 있어서 '흠??'싶은 데서 오류를 발견한 것이다.
저작권 문제가 있으니까 앞으로도 번역서든 원서든 전체 글을 다 올리지는 않을 생각이다. 다만, 이 책(번역)의 첫 장이 무척이나 읽기 어려웠는데, 이건 진짜 번역서가 읽기 쉽도록 너무 다듬지 않았다는 생각이라, 다 되는 대로 '내가 한 번역'만 올릴 생각이다. 근데 언제 다 할지는 모르겠다.. 내 한글 어휘력이 이미 똥 된 상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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